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맨 오브 스틸: 잭 스나이더 감독의 가장 인간적인 슈퍼히어로

by 낭만달토끼 영화 리뷰 2025. 4. 6.
반응형

맨 오브 스틸 포스터
맨 오브 스틸

 

2013년, 잭 스나이더 감독과 크리스토퍼 놀란 제작진이 손을 잡고 DC의 대표 영웅 슈퍼맨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나섰을 때 전 세계 팬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품었다고 합니다. 이미 수차례 리부트를 경험한 슈퍼맨이라는 캐릭터가 과연 현대적 감각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그가 여전히 우리에게 의미 있는 존재일 수 있을까? [맨 오브 스틸]은 이 질문에 '예'라고 대답하면서도, 그 답을 찾기 위한 고뇌를 143분의 러닝타임 내내 묵직하게 이어갑니다.

슈퍼맨은 인간인가, 신인가?

이 영화가 단순한 히어로 액션 영화를 넘어서는 이유는 바로 이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주인공 클라크 켄트는 자신이 지구의 인간이 아님을 알게 된 순간부터 정체성의 혼란에 빠집니다. 그가 진정 속한 곳은 어디일까요? 지구인일까요, 크립톤인일 까요? 이 영화는 영웅이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쓰느냐보다, 그 능력을 왜 써야 하는지, 그의 존재가 세상에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특히 클라크의 양아버지 조너선 켄트의 대사는 그의 내면적 갈등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세상이 네 능력을 알게 된다면 모든 게 변할 거다. 세상은 아직 너를 받아들일 준비되지 않았다."

클라크는 인간 사회 속에 섞여 살아가며, 자신의 힘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그는 자신이 '다르다'는 사실 때문에 세상과 단절되어 있고, 세상도 그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이 과정은 마치 이방인이 새로운 문명과 문화를 마주했을 때 겪는 '문화 충격'과도 닮아 있습니다. 그렇기에 [맨 오브 스틸]은 전통적인 슈퍼히어로 성장 서사라기보다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가는 인간적인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슈퍼맨'이라는 이름에서 기대하는 희망, 정의, 빛은 영화 후반부에 가까워서야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비극적인 행성의 붕괴와 상실의 그림자

크립톤 행성의 붕괴 장면은 영화의 서사를 상징적으로 함축합니다. 화려한 과학문명, 그러나 타락한 지도자층과 자연의 한계를 무시한 결과로 멸망을 맞는 크립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클라크라는 존재의 태생적 비극을 드러내는 도입부입니다. 그는 원하지 않는 운명 속에서, 부모의 희망과 사랑을 실은 채 지구로 보내집니다. 조드 장군이 상징하는 것은 구세계, 즉 크립톤의 가치관이며, 클라크는 조드와 대립함으로써 인간이라는 새로운 세계의 가치를 선택합니다. 크립톤과의 단절, 친부모와 양부모 사이의 갈등, 우주적 고아로서의 존재. 이런 요소들은 영화 속 클라크에게 영웅 이전에 한 명의 인간으로서의 상실과 성숙을 강요합니다. 그는 슈퍼맨이 되기 위해 '강해지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고 책임지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클라이맥스의 폭발적 액션: 파괴 속에서 빛나는 딜레마

[맨 오브 스틸]은 후반부로 갈수록 거대한 스케일의 액션 시퀀스를 펼쳐냅니다. 조드와 그의 군단이 지구를 침략하고, 수많은 빌딩이 무너지며 도시가 쑥대밭이 되는 장면은 그야말로 압도적입니다. 특히 '월드 엔진'이라 불리는 중력 변환 장치가 지구를 조각내는 장면은 시청각적으로도 충격적입니다. 그러나 이 액션의 파괴성은 곧 클라크의 정체성과도 연결됩니다. 그가 힘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지구는 더 큰 피해를 입게 됩니다. 세상을 구하는 슈퍼맨의 행동이 오히려 세상을 위험에 빠뜨리는 이 아이러니는 이후 DC 확장 세계관(DCEU)에서 '배트맨 대 슈퍼맨'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갈등의 씨앗이 됩니다. 특히 클라이맥스에서 조드를 죽이는 장면은 관객에게 뜨거운 논쟁을 남겼습니다. 전통적으로 '절대 살인을 하지 않는 슈퍼맨'이라는 도덕적 상징을 벗어나는 선택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조드를 죽였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선택이 클라크에게 얼마나 큰 고통과 상처로 남는지를 보여줬다는 점입니다. 그는 울부짖으며 무너지고, 그 순간 진정한 영웅이 되는 고통스러운 계단을 한 걸음 더 오르게 됩니다.

인간과의 관계, 그가 지켜야 할 이유

클라크는 루이스 레인과의 만남, 그리고 양부모와의 관계를 통해 '슈퍼맨'이라는 가면이 아닌, '클라크 켄트'라는 실존 인물로 살아가게 됩니다. 특히 조너선 켄트의 희생은 클라크에게 책임감이라는 감정을 깊이 각인시키고, 친아버지 조엘은 그에게 가능성과 신념을 심어줍니다. 루이스와의 관계는 단순한 낭만적 사랑이라기보다는, 정체성을 인정해 주는 동료이자 연결자에 가깝습니다. 그녀는 클라크가 세상에 나아갈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는 인물이며, 그 자체로 그의 인간성과 감정의 증명합니다. 결국 슈퍼맨이 '영웅'이 되는 이유는 그의 힘이 아니라, 그 힘을 인간을 위해 사용하고자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그 마음은 철저히 인간적이며, 그렇기에 관객은 그를 단순한 '초인'으로 보지 않고, 동정하고 공감하며 응원하게 됩니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시선: 신화적 비주얼과 서정적인 영상

[맨 오브 스틸]은 잭 스나이더 감독 특유의 미장센이 빛나는 작품입니다. 슬로 모션과 과장된 파괴 미학, 그리고 어두운 톤은 이 영화를 단순한 블록버스터가 아닌, 현대의 신화를 다룬 회화적 영화로 승화시킵니다. 잔잔한 플래시백과 불연속적인 시간 흐름은 클라크의 내면을 천천히 풀어내며, 빠른 전개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낯설지만 점차 감정을 쌓아가는 데 효과적입니다. 때로는 철학적이고, 때로는 서정적인 이 연출은 '슈퍼맨'이라는 고전적인 존재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한스 짐머의 음악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존 윌리엄스의 원래 슈퍼맨 테마를 과감히 버리고, 새롭게 작곡된 음향은 웅장함과 슬픔, 희망을 절묘하게 교차시키며 영화의 정서를 한층 끌어올립니다. 특히 "What Are You Going to Do When You're Not Saving the World?"라는 트랙은 그 제목부터 이 영화의 철학을 함축적으로 담아냅니다.

결론

[맨 오브 스틸]은 슈퍼맨이 단순한 영웅이 아니라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을 깊이 있게 다룬 작품입니다. 지구에 떨어진 외계인 소년이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가는 여정, 그리고 결국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선택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몇 번을 보아도 가슴에 묵직한 감동을 끌어내는 이유는 [맨 오브 스틸]이 화려한 슈퍼 히어로의 이야기가 아닌 가장 인간다운 선택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하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또 잭 스나이더 감독 특유의 미장센과 압도적인 액션 장면, 그리고 훌륭한 배우들 까지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한 슈퍼맨의 탄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영화 어떠세요?

2025.04.05 - [분류 전체 보기] - 러브레터-일본영화: 오겡끼데스까 잘 지내고 있나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