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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키퍼 리뷰 : 제이슨 스타뎀의 악에 맞서는 벌꿀 같은 복수극

by 낭만달토끼 영화 리뷰 2025.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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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키퍼 포스터
비키퍼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권력은 위선자의 얼굴을 하고 있고, 약자는 늘 침묵을 강요당합니다. 어느 순간 우리는 더 이상 분노하지도, 기대하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 세상에 한 남자가 등장합니다. 말보단 행동이 앞서는 사람. '비키퍼'라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썩어빠진 세상을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영화 [비키퍼]는 그렇게 시작됩니다. [비키퍼]는 잔혹한 복수극이자, 한편으로는 우리의 분노를 대리 실행하는 통쾌한 액션 판타지입니다.

줄거리: 조용한 은둔자의 폭풍 같은 반격

아담 클레이(제이슨 스타뎀)는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양봉업을 하며 조용히 살아가는 남자입니다. 그러나 그의 정체는 단순한 농부가 아닙니다. 그는 과거 '비키퍼'라는 이름의 비밀 조직에 소속되어 있던 특수 요원으로 벌집처럼 치밀하게 짜인 사회의 질서를 수호하던 그림자 같은 존재입니다. 이야기는 한 사건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가 살던 집의 주인이자 이웃이었던 노부인이 피싱 범죄에 속아 전 재산을 잃고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안타깝다."는 말 한마디로 지나갈 일이었겠지만, 클레이는 달랐습니다. 그 사건은 그를 다시 세상 밖으로 끌어냅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그는 '벌집을 건드린 자들'에게 벌처럼 정의의 독침을 날리기 시작합니다.

액션의 미학, 자비 없는 응징

[비키퍼]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코 '응징의 쾌감'입니다. 피싱 범죄, 정치권력, 대기업의 탐욕... 클레이가 상대하는 적들은 단순한 악당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시스템 자체입니다. 그리고 그는 그 시스템을 단숨에 뚫고 들어가, 망설임 없이 악을 응징합니다. [비키퍼]에는 총격, 맨손 격투, 고층빌딩에서의 추격전까지,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 특유의 거칠고 날 것 같은 연출이 살아있습니다. 스타뎀의 액션은 여전히 날카롭고, 무엇보다 목적이 분명하기에 한 장면 한 장면이 더 통쾌하게 느껴집니다. 그는 단순히 분노해서 싸우는 것이 아닙니다. 응징은 '벌'이며, 자신은 그 '벌'을 내리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는 '악에는 자비도, 타협도 없다.'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웁니다. 스토리가 전개되는 내내 클레이는 말수가 적지만, 그 눈빛은 단호하게 말합니다. "네가 무고한 사람들의 삶을 짓밟았으니, 이건 정당한 대가다." 마치 법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정의를 실현하는 것처럼 그의 복수는 잔인하면서도 정당하게 느껴집니다.

복잡한 정의, 단순한 분노

[비키퍼]는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철학적 사유를 던지지는 않습니다. 대신 감정에 더 가까이 다가갑니다. 피싱 사기 같은 범죄가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얼마나 흔하게 일어나는지를 떠올리게 하며, 그 피해자들이 얼마나 고립되고 소외되는지를 보여줍니다. 노부인의 자살 장면은 충격적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이야기의 촉매로 작용하면서, 관객은 자연스레 분노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 분노를 해소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줍니다. 피를 보고, 폭력을 보고, 파괴되는 권력의 상징을 보면서 우리는 일종의 해방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는 단지 오락적인 쾌감만은 아닙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정의감,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작은 저항처럼 느껴집니다. 물론 영화는 현실과는 다릅니다. 실제로는 이런 식의 응징이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상상은 자유고 그 상상 속에서 클레이는 우리를 대신해 싸웁니다.

제이슨 스타뎀, 고요한 분노의 얼굴

클레이는 굉장히 독특한 캐릭터입니다. 감정을 크게 표출하지 않으며, 조용히 움직이지만 그가 지나간 자리는 폐허가 됩니다. 제이슨 스타뎀은 이 캐릭터를 너무나 잘 표현합니다. 말없이 걷는 그의 모습은 오히려 더 위협적이고, 카리스마가 넘칩니다. 적대자로 등장하는 정계 인사와 대기업 경영자들 역시 하나같이 현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탐욕의 상징으로 묘사됩니다. 그들은 뻔뻔하게 범죄를 정당화하고, 법망을 피하는 데 능숙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쓰러지는 장면에서 관객은 더욱 큰 해방감을 느끼게 됩니다.

테마와 상징: 꿀벌, 스미싱, 시스템

꿀벌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상징입니다. 벌은 질서와 희생, 공동체를 의미합니다. 주인공은 그런 질서를 수호하는 전사인 반면 그가 맞서는 스미싱 사기범들은 사회적 신뢰를 이용해 무차별적으로 약자를 착취하는 존재입니다. 영화는 이들을 '벌집을 어지럽히는 말벌'로 표현합니다. 노부인의 자살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디지털 사회에서 인간 존엄성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 단서입니다. 그리고 이 희생이 없다면 주인공의 정의 또한 시작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는 결국 이 영화가 단지 복수극이 아니라, 시스템의 결함을 지적하고자 했음을 보여주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결말: 정의, 그 외로운 싸움

[비키퍼]의 결말은 단순한 해피엔딩이 아닙니다. 클레이는 싸움을 끝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피를 흘렸고 자신도 상처를 입습니다. 정의를 구현한다는 것은 결코 낭만적인 일이 아닙니다. 때로는 자신이 악이 되어야 할지도 모르는 고독한 선택입니다. 이 영화는 바로 그 점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고독함 속에서도 클레이는 끝까지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갑니다. 클레이는 정의를 실현하고 말없이 사라져 다시 조용한 양봉가로 돌아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가 남긴 발자취는 분명했습니다. "누군가는 반드시 정의를 실현한다."

총평: 뚜렷한 선악, 명확한 복수. 그래서 더 짜릿한 영화

[비키퍼]는 단순한 액션 영화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우리가 그동안 영화나 현실에서 보며 쌓아온 수많은 억울함을 응축해서 터뜨려주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엔 복잡한 변명도, 흐릿한 경계도 없습니다. 악은 악일 뿐이고, 그에 대한 응징은 정의입니다. 세상이 너무 복잡하게 느껴질 때, [비키퍼]는 아주 단순한 해답을 내밉니다. '악을 벌하라.' 그리고 가끔은 그런 직설적인 외침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원했던 말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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