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화 [썬더볼츠] 리뷰: 상처 입은 영웅들이 모여 만든 마블의 새로운 심장

by 낭만달토끼 영화 리뷰 2025. 9. 1.
반응형

썬더볼츠 포스터
썬더볼츠

 

마블 영화라고 하면 보통 떠오르는 것은 찬란한 영웅의 등장과 화려한 전투 장면일 것입니다. 그러나 [싼더볼츠]는 조금 다릅니다. 이번에는 세상으로부터 찬사를 받지 못했던 인물들, 어쩌면 ‘히어로’라는 이름과는 거리가 있는 이들이 주인공 자리를 차지합니다. 어벤져스가 사라진 후, 세계 최대의 위협과 마주한 세상. 그들은 각자의 과거와 상처를 끌어안은 채, 누군가를 구원하기보다는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 모입니다. 이 영화가 가진 특별함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주변부에서 빛을 찾은 인물들

영화는 옐레나 벨로바(블랙 위도우, 플로렌스 퍼)를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블랙 위도우의 여동생이라는 무거운 그림자 속에서 살아온 그녀는, 여전히 정체성과 상실의 아픔을 짊어진 인물입니다. 여기에 버키 반즈(윈터 솔저, 세바스찬 스탠), 레드 가디언(데이비드 하버), 고스트, 그리고 존 워커(U.S. 에이전트, 와이어트 러셀)까지… 모두가 ‘완벽한 영웅’과는 거리가 있는 캐릭터들입니다. 그들의 첫인상은 삐걱대고 불안정합니다. 하지만 서로의 결핍을 마주하며 점차 묘한 유대감을 형성합니다. 영화는 이 과정을 액션이 아닌 '감정'으로 그려냅니다. 누군가는 죄책감을, 누군가는 인정받지 못한 분노를, 또 다른 이는 존재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고독을 드러내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감정에 동화됩니다.

블록버스터에서 드라마로

마블의 기존 공식은 화려한 CG와 세계를 구하는 거대한 전투였습니다. 하지만 [싼더볼츠]는 오히려 정반대의 선택을 합니다. 전투 장면은 있지만, 그것이 중심은 아닙니다. 이 영화의 핵심은 인물들의 내면입니다. 버키가 과거의 죄책감 앞에서 무너지는 순간, 고스트가 자신의 존재 의미를 묻는 장면, 옐레나가 홀로 남겨졌음을 절규하듯 드러내는 장면… 이런 순간들은 전투보다 더 인상적이고 진실합니다. ‘히어로의 눈물’을 보여주는 영화는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싼더볼츠]는 기존의 마블 영화와는 달리 독특하게 다가옵니다.

플로렌스 퍼, 영화의 중심에 서다

이야기의 무게를 견디는 건 단연 플로렌스 퍼입니다. 그녀의 옐레나는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인간 그 자체로 다가옵니다. 때론 냉소적이고, 때론 고집스럽지만, 동시에 여린 내면을 숨기지 못합니다. 퍼는 눈빛 하나, 짧은 호흡 하나만으로도 옐레나의 복잡한 감정을 전달합니다. 그녀가 눈을 피하고 침묵할 때, 관객은 그녀가 무너지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감지합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고 나아갈 때, 우리는 그녀와 함께 작은 희망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영화를 ‘마블의 드라마’로 만들어낸 건, 다름 아닌 플로렌스 퍼의 존재감입니다.

액션보다 더 깊은 내면의 전투

물론 액션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팀의 개성이 드러나는 전투 장면들은 여전히 박력 있고 긴장감 넘칩니다. 그러나 보는 내내 뇌리에 가장 강하게 남는 것은 주먹이 아니라 내면의 전투입니다. 마지막 클라이맥스에서 캐릭터들이 맞서는 것은 적이 아니라 자기 자신입니다. 죄책감, 트라우마, 인정받지 못한 상처. 이 전투가 끝나야만 그들이 진짜 팀으로 완성될 수 있습니다. 거대한 폭발 대신 고요한 감정의 대치가 이어지는 순간, 이 영화가 왜 특별한지 명확해집니다.

완벽하지 않기에 더 인간적인 이야기

물론 [싼더볼츠]는 완벽한 영화는 아닙니다. 캐릭터가 많다 보니 각각의 이야기가 충분히 펼쳐지지 못한 아쉬움이 있고, 일부 전개는 다소 급하게 이어집니다. 하지만 어쩌면 이 불완전함조차 영화의 주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싼더볼츠]의 인물들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서사 또한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불완전함이야말로 ‘인간적’이고, 관객이 마음을 열 수 있는 이유가 됩니다.

감상평: 히어로의 새로운 얼굴

[싼더볼츠]는 마블 영화의 새로운 변주입니다. 화려한 볼거리를 줄이고, 대신 인물의 상처와 감정을 전면에 내세운 시도는 분명 호불호를 낳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이 영화는 마블이 줄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세상은 구하지 못해도, 우리는 서로를 붙잡을 수 있다.” 이 메시지가 고스란히 전해져 옵니다. 마블의 중심이 아닌 그림자에서 출발했지만, 그 그림자 속에서야 비로소 빛나는 영웅들의 이야기. 그것이 [싼더볼츠]가 남기는 여운입니다.

 

이런 영화 어떠세요?

2025.08.28 - [분류 전체 보기] - 3000년의 기다림: 결말과 상징 해석, 조지 밀러 판타지 러브스토리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