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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데이즈-일본 영화: 등장인물 줄거리 감상평

by 낭만달토끼 영화 리뷰 2025.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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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데이즈 포스터
퍼펙트 데이즈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 2023)]는 독일 출신의 거장 감독 빔 벤더스(Wim Wenders)가 연출한 작품으로, 일본 도쿄를 배경으로 한 조용하고 섬세한 일상을 담은 영화입니다. 주인공은 도쿄의 공공 화장실을 청소하는 남성 ‘히라야마( 야쿠쇼 코지 )’입니다. 이 영화는 일상의 반복 속에 깃든 작은 기쁨, 내면의 평온, 그리고 지나간 시간과의 조우를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아름다움을 묵묵히 응시합니다. 2023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야쿠쇼 코지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으며, 이후 2024년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부문에 일본 대표로 출품되었습니다. 일본 영화지만, 독일 감독의 시선이 가미된 이국적이고도 정제된 감성은 동서양의 경계를 흐리며, 어떤 언어보다 강렬하게 감정을 전달합니다.

등장인물

히라야마(야쿠쇼 코지)

도쿄 시의 공공 화장실을 청소하는 중년 남성입니다. 과묵하고 친절하며, 규칙적인 삶을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외견상 소박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눈빛, 동작 하나하나에는 내면의 깊은 철학과 감성이 담겨 있습니다. 한때는 부유한 집안의 자식이었으며, 지금의 삶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암시됩니다. 이 인물의 조용한 고독은 관객에게 잊고 지냈던 감각과 감정을 되살리게 합니다.

다카시

히라야마의 청소 일에 함께하는 젊은 동료입니다. 성실하지 않고 불평이 많은 젊은이입니다.

니코

히라야마의 조카로, 가출 후 삼촌의 집에 잠시 머뭅니다. 자유롭고 즉흥적인 성격을 지닌 니코는 히라야마의 규칙적인 삶과 대조적입니다. 그러나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모습에서, 세대 간의 간극 너머의 이해와 연결이 드러납니다.

히라야마의 여동생

잠깐 등장하지만, 그녀와의 만남은 히라야마의 과거를 드러내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관객은 그들의 대화를 통해 히라야마가 현재의 삶을 ‘선택’ 한 것임을 알게 되며, 이 영화가 단순한 ‘루저의 미화’가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줄거리

도쿄의 공공 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는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양치와 면도를 하고 화분에 물을 주고 캔 커피를 뽑아 마시며 일터로 나갑니다. 늘 같은 순서로 일을 하고, 같은 방식으로 점심을 먹습니다. 그는 휴대폰도 없고, 집에는 텔레비전도 없습니다. 여유 시간에는 헌책방에서 중고 책을 사고, 필름 카메라로 길거리 풍경이나 나뭇잎이 흔들리는 모습을 찍습니다. 퇴근길에는 늘 단골 목욕탕에 들르고, 단골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와 책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그의 삶은 겉보기에는 단조롭고 지루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이 반복 속에 숨겨진 풍요로움에 주목합니다. 그는 60~70년대 미국 록 음악을 좋아하고, 단골 책방에서 사 온 책을 즐겨 읽고, 나뭇잎이 빛에 스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음미합니다. 특히 매일 아침 자신이 사랑하는 곡들을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로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장면은, 삶의 리듬과 감정을 선율로 조율하는 한 인간의 내면을 보여줍니다. 그러던 어느 날, 히라야마의 조용한 일상에 약간의 균열이 생깁니다. 조수로 온 젊은이, 오랜만에 찾아온 조카, 그리고 여동생과 함께한 짧은 순간들은 그의 과거를 암시하며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영화는 이 흔들림 속에서도 여전히 자신만의 세계를 유지하는 그의 태도를 통해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에 대해 묻습니다.

감상평

[퍼펙트 데이즈]는 극적인 전개나 갈등을 거의 배제한 채, 한 사람의 반복되는 일상을 통해 존재의 아름다움을 응시하는 영화입니다. 마치 한 장의 흑백 사진처럼, 거창하지 않지만 오래 바라볼수록 진심이 느껴지는 그런 작품입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야기’ 속에서 진짜 인생이 흐른다는 말을 가장 정직하게 증명해 보인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히라야마라는 인물을 통해 관객에게 아주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무엇이 좋은 삶인가?”,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리고 “조용한 평온과 외로움은 어떻게 구분되는가?”와 같은 질문입니다. 이런 질문들은 영화 내내 어떤 해답으로 제시되지는 않지만, 히라야마의 일과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슴에 새겨집니다. 히라야마는 삶을 수행하듯 살아갑니다.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걷고, 양치와 면도를 하고 출근을 하며, 화장실을 닦고, 점심을 먹고, 나무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습니다. 이 모든 행위들은 단순한 루틴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 있음을 매일 확인하는 의식입니다. 그는 뭔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삶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하루를 살아갑니다. 영화의 미장센은 놀라울 만큼 섬세합니다. 건축적으로 설계된 공공 화장실의 선과 곡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떨림, 오후 햇살이 필름 위로 쏟아지는 순간 등, 모든 장면들이 하나의 ‘정물화’처럼 연출됩니다. 특히 빛을 활용하는 방식이 탁월해서, 무언가를 말로 설명하기보다 이미지를 통해 정서적으로 소통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히라야마는 대체로 무표정하지만, 미묘한 표정 변화와 몸짓은 그의 내면을 섬세하게 드러냅니다. 야쿠쇼 코지의 연기는 극도로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대사가 거의 없는 이 영화에서 그는 말 대신 ‘존재하는 방식’으로 감정을 전달합니다. 예를 들어, 오래된 카세트테이프를 손으로 정리할 때의 집중한 표정, 필름 사진을 찍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출근하는 차 안에서 감정이 터져버리는 모습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대사보다 강력한 감정적 진폭을 만들어냅니다. 음악 또한 이 영화의 감정선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히라야마가 아침마다 틀어 놓는 60~70년대 미국 록 음악들, 예컨대 루 리드의 'Perfect Day'나 니나 시몬, 더 애니멀스의 곡들이 영화 속 순간들과 조화를 이루며 관객에게 복고적이고도 감성적인 감각을 일으킵니다. 이 음악들은 단순한 ‘삽입곡’이 아니라, 히라야마의 삶과 기억, 감정 그 자체를 대변합니다. 마치 그의 유일한 친구이자 고백처럼 느껴집니다. 또한 이 영화는 ‘자발적인 소박함’이라는 삶의 방식에 대한 찬가입니다. 히라야마는 과거에 더 넓고 풍족한 세계 속에 살았던 사람이라는 사실이 암시되지만, 그는 화려함보다는 단정함을 택했습니다. 그는 탈속한 수도승처럼 ‘도쿄’라는 번잡한 도시 한복판에서 오히려 가장 조용하고도 정돈된 삶을 살아갑니다. 이 영화는 그런 선택이 ‘도피’가 아니라 의식적인 삶의 태도일 수 있음을 조용히 설득합니다. 감상 중 특히 인상 깊은 건, 히라야마가 길거리에서 나뭇잎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눈을 감는 순간들입니다. 이 짧은 장면은 많은 것을 설명합니다. 삶이 아름다워지는 순간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지나가는 찰나를 붙잡을 수 있는 감수성’에서 비롯된다는 것. 히라야마는 그 감수성을 잃지 않은 사람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우리가 얼마나 자주 삶을 그저 ‘보내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며’ 사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그것은 이 영화가 어떤 윤리적 메시지를 강요해서가 아니라, 그저 진심 어린 시선 하나로 보는 이의 마음에 파문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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