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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가드(넷플릭스) 리뷰: 불멸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by 낭만달토끼 영화 리뷰 2025.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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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가드 포스터
올드 가드

 

[올드 가드(The Old Guard)]는 2020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액션 판타지 영화로, 그래픽노블을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지나 프린스-바이스우드 감독이 연출하고, 샤를리즈 테론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히어로 액션을 넘어, 죽지 않는 존재들의 고독과 윤리적인 고뇌, 그리고 인류를 위한 선택을 다루며 장르적 틀을 넘나드는 감정 중심의 액션 영화로 주목받았습니다.

간단한 줄거리

세상의 그늘에서 수세기 동안 인류를 지켜온 불사의 전사들인 앤디와 그녀의 팀은 죽음에서 회복되는 능력을 바탕으로 은밀하게 활동해 왔지만, 현대의 기술과 기업이 그들의 존재를 추적하면서 평화는 깨집니다. 동시에 새로운 불사의 존재인 미 해병대 병사 '나일'이 각성하면서 팀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고, 자신들의 능력을 노리는 제약회사의 탐욕과도 맞서야 합니다. 하지만 가장 큰 위협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비롯된 배신이었습니다.

죽지 않는 존재들의 고독과 연대

영화 [올드 가드]는 흔히 볼 수 있는 히어로물의 외형을 띠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훨씬 더 철학적인 물음과 인간적인 감정의 깊이를 지닌 작품입니다. 죽지 않는다는 것은 축복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상실과 무의미에 대한 고통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불멸의 존재들이 겪는 내면의 허무를 차분히 들여다봅니다. 주인공 앤디(샤를리즈 테론)는 오랜 시간을 살며 전쟁터를 누비고 인류를 지켜왔지만, 점점 세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냉혹한 현실 앞에 회의를 느낍니다. 그녀는 죽음보다도 더한 피로와 고독 속에 놓여 있으며 동료들과의 연대만이 유일한 정신적 버팀목입니다. 앤디와 그녀의 동료들이 만들어내는 유대는 단순한 팀워크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함께 싸우고, 상처받고, 고통을 분담하며 세월을 보내온 이들의 관계는 가족이자 동반자이며, 유일한 생존의 의미입니다. 영화는 이들의 교감과 충돌, 신뢰와 배신을 다층적으로 다루며 단순한 액션 그 이상의 감정 서사를 만들어냅니다. 특히 새로운 불사의 전사로 각성한 나일(키키 레인)이 등장하면서 이 연대의 구조가 변화하는 과정은 극 내내 큰 감정적 파동을 일으킵니다. 나일은 전통적인 군인으로서 명령을 따르는 삶에 익숙하지만 불멸이라는 예측하지 못한 상황 앞에서 스스로의 삶과 의미를 다시 구성해 나가야 합니다.

액션이 아니라 감정으로 싸우는 영화

이 영화의 액션은 물리적 전투보다 감정의 소용돌이에 더 가깝습니다. 물론 영화는 정교한 액션 시퀀스를 바탕으로 보는 즐거움을 제공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볼거리로만 소비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각 인물의 고통과 역사, 상처를 담아낸 전투 장면은 마치 그들의 생애 전체가 녹아든 움직임처럼 다가옵니다. 앤디의 싸움은 단순히 적을 제압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살아남는 것에 대한 투쟁이자 자신이 여전히 인간이라는 증명을 위한 몸부림처럼 보입니다. [올드 가드]는 특히 감정과 액션이 자연스럽게 엮이는 장면들이 인상적입니다. 예를 들어 동료들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나일이 내리는 선택은 단순한 의미의 결정이 아닌, 정체성과 연대, 윤리에 대한 갈등에서 비롯됩니다. 이처럼 영화는 한 편의 전쟁 액션이 아니라 인물 심리 드라마에 가까운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감독 지나 프린스-바이스우드는 액션 영화의 형식을 빌려 감정의 무게를 전달하는 데 탁월한 연출력을 보이며 장르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를 담아냈습니다.

불멸이라는 저주에 대한 철학적 고찰

[올드 가드]가 진정으로 흥미로운 지점은 '죽지 않음'이라는 초능력이 더 이상 판타지적인 욕망이 아니라 실존적 고통으로 제시된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총에 맞아도, 칼에 찔려도, 심지어 불에 타도 다시 살아납니다. 하지만 그 생존의 반복은 삶의 의미를 더욱 흐리게 만들 뿐입니다. 계속 살아야만 한다는 강박 속에서, 이들은 점점 인간성을 잃어가기도 하고, 세상과 단절된 존재로 남게 됩니다. 앤디의 과거는 이 불멸의 저주가 얼마나 파괴적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녀는 인간으로서 느껴야 할 모든 감정(사랑, 희망, 분노, 슬픔)을 무한히 반복하며 살아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겪은 배신, 이별, 죽음은 그녀를 단단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지치게 했습니다. 영화는 이를 단순한 회상이나 슬픈 과거로 그리지 않고 현재의 행동과 감정에 깊이 연결된 현재진행형의 고통으로 그려냅니다. 한편 영화는 이러한 불멸이 '절대적 힘'이 아님을 끊임없이 강조합니다. 불사의 존재들이라고 해도 윤리적인 선택, 인간적인 갈등, 그리고 내부의 배신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이는 단순히 '세상을 지키는 슈퍼히어로'가 아니라, 인간적인 실수와 회복을 거듭하며 성장하는 존재로서 이들을 바라보게 만듭니다.

상업성과 다양성, 그 사이의 균형

영화 [올드 가드]는 넷플릭스가 제작한 액션 블록버스터지만, 그 안에는 눈에 띄는 사회적 메시지와 다양한 인물 구성이 존재합니다. 먼저 동성 커플인 조와 니키의 서사는 영화 내내 자연스럽게 펼쳐집니다. 그들의 관계는 단순한 다양성 장식이 아닌, 진짜 감정의 층위를 가진 인물로서 설득력을 지닙니다. 서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이들이 서로를 사랑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역사적 대립마저도 관계의 깊이를 더해주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 외에도 흑인 여성인 나일이 새로운 전사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며 기존 액션 영화에서 보기 힘든 인물 배치를 선보입니다. 그녀는 단순히 후계자로 기능하는 인물이 아니라, 앤디와의 대립과 공감 속에서 새로운 서사의 주체가 되어갑니다. 그러나 일부 캐릭터의 서사가 평면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전개가 급작스럽게 마무리되는 느낌을 주는 지점도 있습니다. 특히 빌런 캐릭터의 동기와 입체감이 부족해 전반적인 갈등 구조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상업성과 다양성 사이의 균형을 나름대로 잘 잡아낸 편이며 이를 통해 더 많은 이야기의 가능성을 열어두었습니다.

'다름에 대한 두려움'이 만든 폭력

영화 속에서 불사의 존재들은 사회로부터 배척당하고, 과거에는 마녀 사냥을 당했으며, 현재에는 제약회사의 실험 대상으로 전락합니다. 이들은 인간보다 오래 살고 치유 능력을 지녔다는 이유만으로 연구, 착취, 통제의 대상이 됩니다. 결국 영화가 말하려는 것은 '인간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를 두려워하고, 두려움은 종종 폭력으로 이어진다.'라는 것입니다. 이는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종, 성별, 종교, 성 정체성, 장애 등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많은 폭력을 겪어왔습니다. [올드 가드]는 이와 같은 억압 구조를 장르적 상징을 통해 드러내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다름을 존중할 수 있는가?

나일이 처음 자신의 능력을 깨달았을 때, 동료들은 그녀를 설명하지 않고 받아들입니다. 그녀의 의심과 공포에 공감하며, 강요보다는 시간을 줍니다. 이는 '다름'에 대한 존중의 태도입니다.

과학과 권력은 도덕적 경계를 지킬 수 있는가?

제약회사는 불사의 능력을 인류의 미래라며 포장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이익과 통제의 욕망이 있습니다. 영화는 이러한 현대 과학의 윤리적 회색지대를 비판적으로 조명합니다.

불멸의 존재도 인간인가?

그들이 죽지 않는다고 해서 고통을 느끼지 않는 건 아닙니다. 불사라는 초월적 능력 뒤에 있는 감정, 상처, 공감의 층위는 결국 그들을 인간답게 만듭니다. 영화는 인간다움이 '생물학적 조건'이 아니라 고통을 공유하는 능력에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올드 가드]는 다름을 두려워하고 통제하려는 인간의 폭력이 어떻게 반복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진정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가져야 할 태도가 무엇인지 묻습니다. 그 답은 힘보다도 공감과 이해, 그리고 함께하는 연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판타지 액션이 아니라, '당신과 다른 존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조용한 철학 영화이기도 한 셈입니다.

상처받은 영웅들의 조용한 전투

[올드 가드]는 전통적인 히어로 영화와는 결이 다릅니다. 이 영화에서 영웅은 힘과 정의의 상징이 아니라, 고통과 상처의 흔적 속에서도 끊임없이 싸움을 이어가는 존재입니다.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것은 거대한 세계나 신념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신뢰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입니다. 죽지 않는 존재들이지만 그들의 싸움은 누구보다도 인간적이고 아프며, 그래서 더욱 공감이 됩니다. 얼마 후에 [올드 가드 2]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이 불멸의 전사들이 앞으로 어떤 선택과 변화의 길을 걸어갈지 기대가 됩니다. 삶의 끝이 없다는 것이 삶을 얼마나 무겁게 만드는지를 조용히 묻는 이 영화는, 액션 그 이상의 여운을 남깁니다. 그리고 그 여운은 샤를리즈 테론의 고요한 눈빛 속에서 마치 오랜 시간 동안 꾹 눌러온 울음을 닮아 오래도록 기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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