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133

걸어도 걸어도 영화 리뷰: 가족이라는 이름의 거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2008년작 [걸어도 걸어도]는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겪어보았을 법한 풍경 속으로 조용히 발을 들이게 합니다. 특별할 것 없는 어느 여름날, 한 가족이 함께 모입니다. 그 하루를 담은 영화는 대단한 사건도, 눈물겨운 반전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그리고 어루만집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료타(아베 히로시)와 유카리(나츠카와 유이) 부부가 있습니다. 료타는 아내 유카리와 그녀의 아들 아츠시를 데리고 오랜만에 시골 고향 집을 찾습니다. 그 집은 그의 부모님인 쿄헤이(하라다 요시오)와 토시코(키키 키린)가 살고 있는 곳입니다. 그곳에는 이미 료타의 누나인 치나미(YOU)와 그녀의 가족이 먼저 도착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모임은 단순한 귀.. 2025. 7. 9.
올드 가드(넷플릭스) 리뷰: 불멸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올드 가드(The Old Guard)]는 2020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액션 판타지 영화로, 그래픽노블을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지나 프린스-바이스우드 감독이 연출하고, 샤를리즈 테론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히어로 액션을 넘어, 죽지 않는 존재들의 고독과 윤리적인 고뇌, 그리고 인류를 위한 선택을 다루며 장르적 틀을 넘나드는 감정 중심의 액션 영화로 주목받았습니다.간단한 줄거리세상의 그늘에서 수세기 동안 인류를 지켜온 불사의 전사들인 앤디와 그녀의 팀은 죽음에서 회복되는 능력을 바탕으로 은밀하게 활동해 왔지만, 현대의 기술과 기업이 그들의 존재를 추적하면서 평화는 깨집니다. 동시에 새로운 불사의 존재인 미 해병대 병사 '나일'이 각성하면서 팀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고, 자신들의 능력.. 2025. 6. 26.
마녀(2018) 리뷰: 실험체에서 인간으로, 그리고 다시 괴물로 '무기'로 길러진 소녀가 선택한 가장 인간적인 복수어둠 속에서 피어난 존재의 질문[마녀]는 겉으로 보기엔 SF 액션 스릴러처럼 보입니다. 유전자 조작, 초능력 실험, 비밀 연구소, 기억 상실... 장르적 장치들은 영화 내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관객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그러나 그 안을 조용히 들여다보면, 이 영화는 단순히 "강해진 소녀의 액션 활극"이 아니라 "존재의 정체성과 감정의 회복"에 대한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주인공 자윤은 기억을 잃고 시골 마을에서 노부부의 손에서 자라납니다. 그녀는 평범하고 따뜻한 삶 속에서 진짜 가족의 의미를 배워나갑니다. 그러나 어느 날, TV 오디션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실험체' 자윤을 알고 있는 이들이 그녀를 찾아오고, 잊었다고 생각했던 과거가 다시 그녀를.. 2025. 5. 24.
빌리 엘리어트 명작 리뷰: 계급, 꿈, 그리고 가족 영국의 작은 탄광 마을을 배경으로, 소년 빌리의 발레에 대한 열정과 그 꿈을 향한 여정을 그린 영화 [빌리 엘리어트]는 단순한 '꿈을 향한 성장 이야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사회적 배경, 가족의 갈등, 계급과 성별 고정관념, 그리고 예술의 해방력까지 복합적인 주제를 섬세하게 담아낸 이 작품은 2000년 개봉 이후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명작으로 남아 있습니다.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데뷔작이며, 제이미 벨은 이 작품으로 단숨에 주목받는 아역 배우로 발돋움했습니다. [빌리 엘리어트]는 1984년 영국의 광산 파업 시기를 배경으로, 꿈과 현실, 전통과 변화를 정면으로 부딪히며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열망을 담담하고 따뜻하게 그려냅니다.등장인물 분석빌리 엘리어트(제이미 벨)"모르겠어요. 그.. 2025. 5. 21.
그녀가 죽었다 리뷰: 외로운 사람들의 스릴러, SNS 이면의 관음증 2024년 개봉한 영화 [그녀가 죽었다]는 김세휘 감독의 데뷔작으로, 디지털 시대의 인간 소외, SNS 속 자아의 허상, 그리고 관음과 공감의 경계에 대한 문제를 스릴러 장르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한 사람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 구조 속에 감춰진 것은 단순한 범죄의 진실이 아니라, 자기 존재에 대한 집요한 탐구입니다. 이 영화는 표면적으로는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지만, 점점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허상, 자아의 분열, 그리고 현대인의 정체성 위기를 고찰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특히 이 영화는 관음증적인 시선이 죄인가, 이해의 시발점인가라는 윤리적 질문을 던지며, 관객을 단순한 감상자가 아닌 내면의 목격자로 만든다는 점에서 독특합니다.등장인물구정태.. 2025. 5. 20.
보통의 가족(스포 포함): 줄거리, 등장인물, 결말의 의미 허진호 감독은 유려한 감정선과 인간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연출로 정평이 난 감독입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가족'이라는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복잡한 관계망을 소재로, 도덕적 딜레마와 침묵의 윤리를 정면으로 응시합니다. [보통의 가족]은 제목만 보면 따뜻한 가족 드라마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영화가 시작되면 다정함보다는 불편함에 가까운 진실을 다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잘못을 외면해 왔는가? 그 외면은 누구를 보호하고, 누구를 파괴하는가?2024년 개봉작인 이 영화는 네덜란드 소설 '디너(The Dinner)'를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허진호 감독은 그것을 한국적 정서 안으로 완전히 녹여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번안이 아니라, 한국 사회 특유의 가족주의, 체면,.. 2025. 5. 18.
수요일이 사라졌다(일본 영화): 등장인물, 줄거리, 결말 분석, 감상평 [수요일이 사라졌다]는 2020년에 개봉한 일본 영화로, 독특한 설정과 심리적인 서사가 돋보이는 미스터리 드라마입니다. 감독은 야마토 유키이며, 주인공인 '나'를 연기한 배우는 나카무라 토모야입니다. 이 영화는 인간의 내면과 자아 정체성을 다루는 작품으로 7개의 인격이 요일별로 교대로 한 몸을 사용하는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하루에 하나의 인격만이 몸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이 세계에서, 어느 날 수요일이 사라지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등장인물'나(화요일)'(요일별 7개의 인격체/배우: 나카무라 토모야)어릴 적 교통사고 후 '나(화요일)'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닌 7개의 인격이 하루씩 돌아가며 육체를 사용하는 다중인격자입니다. 각 인격은 .. 2025. 5. 16.
파워 오브 원(디즈니+): 90년대 명작영화 줄거리, 감상평 리뷰 한 소년의 눈으로 본 남아프리카의 어두운 역사와 희망의 불꽃1992년 개봉한 [파워 오브 원(The Power of One)]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가 점차 강화되어 가던 1930~1940년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감독 존 G. 아빌드센(John G. Avildsen)은 '로키'와 '가라데 키드'로도 잘 알려진 인물로, 이 영화에서도 특유의 불가능에 맞서 싸우는 소년의 서사를 진중하고 강렬하게 펼쳐냅니다. 원작은 브라이스 커튼(Bryce Courtenay)의 동명 소설로 주인공 P.K.(Peter Philip Kenneth-Keith)는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겪는 인종차별과 사회적 폭력 속에서도 '하나는 모두를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을 품고 성장해 갑니다. 영화는 이 한.. 2025. 5. 15.
서치: 등장인물, 줄거리, 결말의 의미, 감상평 리뷰 [서치(Searching)]는 2018년에 개봉한 영화로 겉보기에는 실종된 딸을 찾는 아버지라는 익숙한 서사를 따르는 듯하지만, 그 이야기 전달 방식은 무척 독특하고 신선합니다. 이 영화는 21세기 디지털 환경에 깊숙이 뿌리를 두고 있으며, 모든 장면이 컴퓨터, 스마트폰, CCTV, 혹은 SNS 화면을 통해 펼쳐집니다. 우리가 매일 들여다보는 그 평범한 화면들이 누군가의 삶과 감정이 교차하는 무대가 되는 것입니다. 연출을 맡은 아니쉬 차간티 감독은 단순한 기술적 장치를 넘어, 이 형식을 영화의 주제와 정밀하게 결합해 냈습니다. 개인의 삶이 얼마나 디지털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또 얼마나 단절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은 신선하고도 날카롭습니다. 또, 존 조는 드물게 동양계 미국인이 주연을 맡은 스.. 2025. 5. 14.
승부(한국영화): 줄거리 요약 및 인물 분석, 실제 사실과 비교 서문: 바둑이라는 정적 속의 격류바둑은 겉으로 보기에는 고요한 게임입니다. 말을 놓는 손길은 조용하고, 돌은 소리 없이 판 위에 놓입니다. 하지만 그 정적 속에는 엄청난 계산과 감정, 심리전이 오갑니다. 영화 [승부]는 단지 바둑판 위의 승패를 다룬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우리 모두의 인생 안에 존재하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 성장과 분리, 인정과 극복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한국 바둑계의 두 전설, 조훈현과 이창호가 있습니다. 그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인간관계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마지막에는 우리 자신에게 묻게 됩니다. 승부는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가?이야기의 뼈대: 한 수의 무게[승부]는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한국 바둑계의 절대 제왕이었던 조훈현, 그리고.. 2025. 5. 10.
서브스턴스: 영화 줄거리 및 감독의 의도, 결말의 의미 코랄리 파르쟈 감독의 2024년작 [서브스턴스(The Substance)]는 단순한 호러 영화를 뛰어넘어 현대 사회의 외모 지상주의와 여성의 정체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작품입니다. 데미 무어와 마거릿 퀄리의 강렬한 연기와 파르쟈 감독의 독창적인 연출이 어우러져 보는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작품입니다.줄거리 요약: 젊음을 향한 위험한 욕망엘리자베스 스파클(데미 무어)은 한때 할리우드의 대스타였지만 나이가 들면서 어리고 섹시하지 않다는 이유로 업계에서 점차 소외됩니다. 그녀는 젊음을 되찾기 위해 '서브스턴스'라는 신약을 복용하게 되고 이를 통해 젊고 아름다운 자아인 '수'(마거릿 퀄리)를 얻게 됩니다. 처음에는 새로운 삶에 만족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는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하며 엘리자베스의 삶을.. 2025. 5. 9.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 감상평 제목의 의미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는 애니메이션 각본가로 잘 알려진 오카다 마리 감독 데뷔작으로 선보인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이별', '시간', '모성', '성장', '기억'이라는 복합적인 주제를 바탕으로 판타지 세계관 속에서 펼쳐지는 한 여성의 삶과 사랑, 이별을 잔잔하면서도 강렬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서정적인 음악, 감성적인 이야기로 관객을 사로잡으며, 단순한 성장 서사를 넘어 인생의 본질과 감정을 깊이 성찰하게 만듭니다. 오카다 마리는 특유의 섬세한 감정 묘사로 모성의 복잡함과 이별의 아름다움을 엮어내며, 관객에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잔향을 남깁니다.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는 영원하지 않음 속에서 피어나는 영원의 감정들을 다루는 아름다운 영.. 2025. 5. 8.